다리 신축이음장치, 왜 27cm나 움직일까?
경남의 한 강상자형교는 여름철 최고 35.2도, 겨울철 최저 영하 10.5도 사이 신축이음 틈이 최대 28.69cm까지 벌어진다. 국내 도로교설계기준은 이 이동량 계산에 필요한 온도하중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 실측 논문으로 확인한 진짜 이유.

고속도로를 달리다 다리 위에서 순간적으로 '덜컹' 하고 흔들리는 순간을 겪어봤을 것이다. 좁은 철제 틈을 타이어가 지나가며 나는 소리다. 대부분은 이걸 시공 하자나 낡은 도로 정도로 넘기고 만다. 하지만 경남의 한 강상자형교를 대상으로 실측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이 틈은 여름과 겨울 사이 최대 286.90mm(약 28.7cm)까지 벌어졌다 다시 오므라든다 — 성인 팔뚝 하나 길이에 맞먹는 움직임이 다리 위 좁은 틈 하나에서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신축이음 이동량, 온도 공식 하나로 계산하면 왜 틀릴까?
이 정도로 크게 움직인다면 계산도 그만큼 정교할 거라 생각하기 쉽다. 열팽창계수에 온도차와 다리 길이를 곱하면 답이 딱 떨어질 것 같은 공식이니까. 그런데 2025년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에 실린 논문은 뜻밖의 사실을 지적한다 — 국내 도로교설계기준(한계상태설계법)은 신축이음과 교좌장치의 이동량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온도하중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다. 다리마다 재질도, 구조도, 놓인 위치도 다른데 표준 온도 하나로 퉁치기엔 오차가 너무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국내 연구자들은 이론값 대신 실측값에 기댄다. 같은 논문이 실제 교량 두 곳에서 대기온도와 신축이음 변형량을 직접 재서 '신축영향 온도비(R)'라는 보정계수를 계산했는데, 지간 500m의 PSC 박스거더교는 R값이 0.767, 길이 1,010m·신축이음 4개소를 가진 강상판형교는 R값이 1.075로 나왔다. 강교는 이론 공식이 예측한 것보다 더 크게 움직이고, 콘크리트교는 오히려 덜 움직인다는 뜻이다. 재질 하나 차이로 방향이 정반대로 갈리는 셈이라, 다리 하나에 공식 하나만 적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실제로 얼마나, 왜 이렇게까지 움직이는가
강재와 콘크리트는 둘 다 뜨거워지면 늘어나고 식으면 줄어든다. 문제는 그 폭이다. 경상남도 양산시에 있는 8경간 강상자형교(2010년 5월 준공, 신축경간장 상행선 300m+285m·하행선 310m+290m)를 2019~2021년에 걸쳐 실측한 한국강구조학회 논문집 연구를 보면, 여름 오후 2시경 기온은 평균 35.2도(최고 38.5도), 겨울 새벽 6시경 기온은 평균 영하 10.5도(최저 영하 11.5도)까지 떨어졌다 — 같은 다리가 1년 사이 45.7도의 온도차를 그대로 견딘다는 뜻이다. 이 온도차가 신축이음 세 곳에서 만든 유간 변화량은 각각 286.90mm·256.90mm·262.40mm, 평균 268.70mm에 달했다.
이 움직임을 가둬버리면 물리는 봐주지 않는다.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기술정보시스템(CODIL)에 등록된 '협착 대응 교량 신축이음 적정시공 및 관리기준 연구'는 최근 잦아진 폭염과 그 지속시간 증가가 신축이음 협착(끼임)·블로우업 손상 빈도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라고 짚는다. 도로 포장에서는 이미 실제 사고로 나타난 적이 있다 — KBS 보도에 따르면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18년 7월, 전국 4개 고속도로에서 시멘트 포장이 열을 이기지 못하고 솟구쳐 오르는 '블로우업' 현상이 발생해 차량 22대가 파손되고 5명이 다쳤다. 다리 위 신축이음이 굳이 이렇게 큰 틈을 확보해두는 이유는, 바로 이 억눌린 팽창이 어디로도 못 빠져나갈 때 벌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음 형식을 상황에 맞게 나눠 쓰면 소음도 보수 부담도 함께 줄어든다
국내 현장에서 실제로 쓰는 신축이음 형식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이동량이 80mm 미만인 소규모 교량에는 트랜스플렉스(T/F)·NB·모노셀 같은 고무계열 제품을 쓰지만, 세그먼트 이음부마다 누수와 처짐이 생기기 쉬워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적용이 크게 줄었다. 그보다 큰 이동량에는 강재계열인 레일형(최대 80mm, ±40mm)을 쓰는데, 전 폭에 걸쳐 고무씰이 이어져 방수 성능이 좋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인다. 위에서 본 것처럼 268mm 넘게 움직이는 대형 교량이라면 레일형 하나로는 부족해 핑거형이나 여러 셀을 이어붙인 모듈러 방식으로 넘어가야 한다 — 핑거형은 1m 안팎 단위로 분리 시공돼 있어 일부가 마모돼도 그 구간만 갈아 끼우면 되고, 소음도 적어 최근 도심 교량에서 채택이 늘고 있다.
어떤 형식을 쓰든 신축이음은 소모품이다. 수십 년간 반복되는 열팽창-수축 사이클과 차량 하중이 겹치면 고무·강재 부품은 결국 마모되고, 정기 교체가 불가피해진다. 2026년 7월 27~28일 이틀 밤, 1984년 준공돼 40년 넘게 쓰인 서울 동작대교에서 신축이음장치 교체 공사가 진행되며 램프 구간이 야간(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6시) 전면 통제됐다. 이런 통제는 다리가 고장 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수명이 다한 부품을 미리 갈아 끼우는 정상적인 유지관리 절차라는 신호다.
자주 묻는 질문
모든 다리에 신축이음이 있나? 아니다. 다리 길이가 짧아 예상 이동량이 매우 작으면 신축이음 없이 상부구조와 교대를 일체형으로 잇는 무조인트(integral) 방식을 쓰기도 한다. 반대로 인천대교·이순신대교 같은 국내 장대교는 경간이 길어 그만큼 큰 이동량을 감당할 신축이음이 필요하다.
겨울에 더 벌어질까, 여름에 더 벌어질까? 위 실측 사례에서는 겨울철 저온에서 신축이음 틈이 가장 넓게 벌어지고, 여름철 고온에서 가장 좁게 오므라들었다 — 다리가 더워지면 늘어나 틈을 메우고, 추워지면 줄어들어 틈이 벌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다리 위 그 틈은 시공 하자가 아니라 계산의 결과다. 다만 그 계산은 국내에서 온도 공식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 같은 나라 안에서도 강교는 이론값보다 더 크게, 콘크리트교는 더 작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직접 재고 보정해야 하고, 그렇게 확보한 틈도 결국 수십 년 뒤엔 낡아서 갈아 끼워야 한다. 다음에 다리 위에서 그 틈을 지날 때는, 도로가 고장 난 게 아니라 계절을 버티도록 설계된 부품이 제 몫을 하고 있다는 걸 떠올리면 된다.